문화

달리기라는 것, 그리고 마흔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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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걷기는 생각하기이고, 생각하기는 걷기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달리기는 무엇일까? 안병택의 《마흔, 오늘부터 달리기》를 읽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든다. 달리기는 살아가기이고, 살아가기는 달리기다.

이 책은 참 솔직하다. 마흔이 넘어 건강 적신호를 받은 저자가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겪은 일들을 담담하게 적어놓았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건강 에세이가 아니다. 물리치료사이자 융합건강과학 박사인 저자는 과학적 근거와 개인적 경험을 절묘하게 버무려놓았다. 마치 요리 잘하는 친구가 레시피를 알려주듯 친근하면서도 전문적이다.

“3.35km를 달리는 데 21분 55초 걸렸다. 1km당 6분 32초. 예전에 한창 뛰었을 때를 생각하면 어이없는 속도였지만 지금의 내 체력에 딱 맞는 속도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누군가 내 마음을 읽은 듯한 기분이다. 마흔이 넘으면 다들 그렇다. 예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며 한숨을 쉰다. 하지만 저자는 말한다. 중요한 건 과거의 나가 아니라 지금의 나라고.

책의 구성도 마음에 든다. 1부에서는 왜 달려야 하는지, 2부에서는 어떻게 달릴 것인지, 3부에서는 지속 가능한 달리기를 다룬다.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이다. 특히 100세까지 마라톤을 완주한 파우자 싱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그가 단순히 뛰어난 신체 조건으로 100세까지 달린 게 아니라는 것, 철저한 자기 관리와 건강한 생활 습관의 결과라는 것.

이 책이 좋은 점은 허세가 없다는 것이다. “하루 5분씩만 늘리는 안전한 달리기 플랜”이라니, 얼마나 현실적인가. 대부분의 운동 책들이 “21일 만에 몸 혁명!” 같은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천천히, 안전하게, 즐겁게 달리라고 한다.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형이나 누나 같다.

“달리기란 꾸준히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이런 문장을 읽으면 당장 운동화끈을 묶고 싶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부담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저자 자신이 마흔에 다시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바쁘고 피곤하고 체력이 떨어진 중년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달리기 모임에 대한 이야기다. 혼자 달리기와 함께 달리기의 차이, 그 속에서 느끼는 소속감과 유대감에 대한 묘사가 생생하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우리 모두가 느꼈던 고립감을 생각하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달리기는 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흔이 되면 몸이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무시하거나 억지로 꺾으려 하지 말고, 달리기를 통해 몸과 화해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든다. 《마흔, 오늘부터 달리기》.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부터”다. 이게 핵심이다. 달리기든 뭐든, 중요한 건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가 보여주듯, 마흔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이 책은 마흔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준다. 몸이 망가져가는 게 당연하다고 체념하지 말고, 오늘부터 달려보자고 속삭인다. 단지 달리기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마흔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책이다.

오늘 밤 이 글을 읽는 당신, 내일 아침 운동화를 꺼내보는 건 어떨까? 저자 말대로,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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