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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하 힘내라” 함성 울린 여의도…20년 만에 부활한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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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7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 일대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빨갛고 하얀 러닝복을 입고 모여들었고, 곳곳에서 “무한도전” 로고가 새겨진 현수막들이 펄럭였다. “대한민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처럼, 한국 예능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적 프로그램이 20년 만에 현실 속으로 걸어 나온 순간이었다.

새벽부터 몰린 ‘무도키즈’들

이른 새벽부터 여의도 지하철역 주변은 북적였다.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참가자들이 “오늘 정준하 완주할까요?” “박명수 해설 기대된다”며 설렘 섞인 대화를 나눴다. 한 40대 직장인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왔는데, 20년 전 대학생 때 무한도전 보면서 웃었던 기억이 떠올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은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 한국 방송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작품이었다. 기존 스튜디오 게임쇼나 토크쇼 중심이던 예능계에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정착시켰고, 정해진 대본 없이 출연자들의 개인 역량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방식을 최초로 시도했다. 매주 다른 포맷으로 변화하며 추격전, 쿡방, 다큐, 드라마, 음악, 스포츠 등 셀 수 없는 분야를 넘나들었던 실험 정신이 오늘 이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었다.

오전 7시 40분, 쿠팡플레이 생중계가 시작되자 현장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중계진의 모습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특히 박명수가 화면에 등장하자 “명수야!” “여전하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중계석의 ‘입담 배틀’

중계석에서는 이병진 해설위원과 정용검 캐스터, 그리고 특별 게스트 박명수가 자리를 잡았다. 20년 만에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의 케미는 여전했다.

박명수는 “‘무모한 도전’으로 한 번 짤리고, ‘무한도전’으로도 한 번 짤렸다”며 특유의 솔직함을 드러냈다. 이에 이병진은 “저도 초기에 하차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다. 당시 ‘웃찾사’와 녹화 일정이 겹쳐서 ‘무한도전’을 포기했다”고 회상했다.

박명수는 “어차피 짤릴 운명이었다”며 이병진을 놀렸고, 이는 라이브 채팅창을 “ㅋㅋㅋ”로 도배시켰다. 이병진과 정용검의 전문적인 중계와 박명수의 4차원 해설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정준하의 ‘기적 같은’ 도전 – 무한도전 정신의 재현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직접 마라톤에 참가한 정준하였다. 출발 전 박명수는 “몸이 무거워서 완주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정준하는 이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이는 마치 ‘무한도전’의 제목 그대로 ‘무언가에 도전하는’ 프로그램 정신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변칙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정준하의 캐릭터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했다. 예측 불가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모습은 정해진 틀 안에서만 진행되던 기존 예능과는 전혀 다른 ‘무한도전’만의 DNA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오전 8시 정각, 출발 신호와 함께 정준하는 페이스메이커 윤시윤과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정준하 캠’을 통해 실시간 중계된 그의 모습은 처음엔 여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3km 지점을 넘어서자 숨이 가빠지기 시작했고, 5km 지점에서는 명백히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정준하 힘내라!” “포기하지 마!” 코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응원 함성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TV에서만 보던 정준하를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진짜 열심히 뛰고 있어서 응원하게 된다”고 말했다.

7km 지점에서 정준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윤시윤이 물을 건네주며 등을 토닥이는 모습이 ‘정준하 캠’에 포착됐고, 이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정준하는 땀을 닦으며 특유의 ‘무한도전’ 동작으로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화답했다.

1시간 14분의 기록

오전 9시 14분, 정준하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현장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1시간 14분 5초. 박명수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기록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정준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윤시윤의 부축을 받으며 숨을 고르던 그는 “중간에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다”며 운을 뗐다. “살아오면서 ‘정준하 힘내라’는 말을 이렇게 많이 들은 게 처음이다. 힘든 와중에도 웃으면서 힘을 주시고 함께 해주신 분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유의 유머도 잊지 않았다. “중간에 물을 많이 마셨는데 그보다도 땀을 더 흘렸다. 나름 니플패치도 했는데 소용이 없더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이 오늘 도전한 마음을 잘 새기고, 인생의 무한도전이 아직 안 끝났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윤시윤은 “처음 연습할 때는 5km에서 포기하고 속도도 느렸는데 오늘은 정말 잘해줬다”며 “완주는 생각도 못했다. 오늘은 8.5 정도의 속도로 달려주셨다”고 평가했다.

중계석 ‘폭탄 발언’ 연발

정준하의 완주 소식이 전해지자 중계석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박명수는 “내 예상이 틀렸다. 정준하가 해냈다”며 놀라워했다.

이후 진행된 토크에서 박명수는 연신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최고의 ‘무한도전’ 에피소드를 묻자 “제가 나온 게 제일 재밌다. 소년 명수, 이산 특집, 명수는 12살 등이 재밌었다. 제가 나온 게 하이라이트였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쫄쫄이 의상’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박명수는 “유재석은 다 한다. 웃기기 위해서는 다 한다”고 말했고, 이병진은 “저와 박명수는 쫄쫄이 의상을 창피해한 반면, 노홍철과 유재석은 강경 쫄쫄이파였다”고 증언했다. 이는 실시간 채팅창에서 큰 화제가 됐다.

출연진들의 현장 등장

마라톤이 진행되는 동안 코스 곳곳에는 ‘무한도전’ 출연진들이 등장해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하하는 5km 지점에서, 조세호는 8km 지점에서 참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응원했다. 광희와 전진도 결승선 근처에서 완주하는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한 참가자는 “TV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신기하다. 덕분에 힘이 더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20년 전 대학생 때 무한도전 보며 웃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오늘 정말 특별한 하루가 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화려한 피날레 공연

오후 2시부터 시작된 특별 공연은 그야말로 추억의 향연이었다. 코요태가 ‘실연’으로 포문을 열자 관중들은 자연스럽게 따라 불렀다. 20년 전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DJ G.PARK로 변신한 박명수의 랩 퍼포먼스는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지누션의 등장에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히트곡들이 연이어 나오자 현장은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스컬과 하하의 무대에서는 관중들이 자연스럽게 떼창을 시작했다. 하하는 “20년 만에 다시 이 무대에 서게 돼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

스윗 콧소로우(정준하&스윗소로우)의 등장에는 마라톤을 완주한 정준하에 대한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정준하는 여전히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조남지대(조세호&남창희)의 무대는 젊은 세대와 기성 세대를 아우르는 ‘무한도전’의 저력을 보여줬다. 전진의 솔로 무대까지 이어지며 공연은 대미를 장식했다.

실시간 소통의 장

쿠팡플레이 생중계에서는 실시간 채팅 기능이 제공됐다. 시청자들은 “정준하 화이팅!”, “박명수 여전하네 ㅋㅋ”, “20년 전 생각난다” 등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남겼다. 특히 정준하가 힘들어할 때마다 응원 메시지가 폭증했고, 박명수의 폭탄 발언이 나올 때마다 웃음 이모티콘들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이는 ‘무한도전’이 최초로 시도했던 실시간 소통의 현대적 버전이었다. 당시 예능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출연자와 시청자 간의 즉각적 상호작용이 디지털 시대에 맞춰 진화한 모습이었다.

한 시청자는 “집에서 보고 있는데도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라이브 채팅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후기를 남겼다. 또 다른 시청자는 “진짜 대본 없는 리얼한 모습들이 20년 전 무한도전을 보던 때와 똑같다”며 감회를 드러냈다.

성공적인 20주년 기념 행사 – ‘최후의 예능’ 부활

오후 5시, 모든 일정이 마무리되며 ‘무한도전 Run with 쿠팡플레이’는 막을 내렸다. 주최 측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관심과 참여로 성공적인 행사가 됐다”며 “마라톤 참가자뿐만 아니라 생중계를 시청한 전국의 시청자들에게도 의미 있는 하루가 됐길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무한도전’ 종영 이후 마땅히 그 뒤를 이을 만한 위상의 예능 프로그램이 없다는 평가 속에서 ‘대한민국 최후의 예능’이라 불리기도 했던 이 프로그램의 부활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나 혼자 산다, 미운 우리 새끼 등 관찰 예능이 주류를 차지한 현재 예능계에서 출연진들이 직접 몸을 던져가며 웃음을 주는 방식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행사였다.

한 참가자는 “20년 전 TV로만 보던 무한도전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정말 특별했다. 정준하의 완주 장면을 실제로 본 건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무한도전이 왜 한국 예능사의 전환점이 됐는지 오늘 확실히 알 것 같다.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특별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의도 공원을 떠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환한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한국 예능계에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를 정착시키고 1박 2일, 런닝맨, 나 혼자 산다 등 후발 예능들의 장르적 모태가 된 ‘무한도전’의 DNA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었고, 이날의 감동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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