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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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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데이팅 문화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는 ‘스와이프 피로감(Swipe Fatigue)’을 호소하는 싱글들이 데이팅 앱을 벗어나 ‘러닝클럽’으로 향하는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 화면 속 피상적인 만남 대신, 도시의 거리를 함께 달리며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을 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망을 반영하며, 미국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시카고의 ‘시카고 런 컬렉티브(Chicago Run Collective)’는 이러한 변화의 선두주자다. 매주 아침 미시간 호수변에서는 수백 명의 러너들이 모여 함께 달린다. “Single Runner Looking for Partner”와 같은 위트 있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참가자들의 모습이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산되며, 젊은 층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뉴욕의 ‘런지 런 클럽(Lunge Run Club)’은 더욱 혁신적인 접근법을 보인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는 드레스 코드를 통해 – 싱글은 검은색, 데이트 희망자는 흰색 의상 – 소통하며, 러닝 후에는 지역 바에서 진행되는 애프터 러닝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러운 교류의 기회를 가진다.

글로벌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은 이러한 트렌드를 비즈니스 모델로 승화시켰다. 북미 전역 60개 이상의 지점에서 운영되는 러닝클럽은 단순한 운동 모임을 넘어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로 자리잡았다. 커뮤니티 담당 부사장 카라 슐로서는 “러닝클럽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열정을 공유하는 훌륭한 사교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현상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3년 미국의 데이팅 앱 다운로드가 전년 대비 16% 감소한 반면, 러닝클럽 참여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디지털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이 오프라인에서의 진정성 있는 만남을 갈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의 러닝크루 문화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MZ세대의 유입으로 러닝크루는 단순한 운동 모임을 넘어 새로운 형태의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만 각 크루마다 운영 방식과 문화는 상이하다. 일부 클럽은 이성 문제로 인한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규칙을 적용하는 반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러운 만남을 허용하는 크루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과제도 제기한다. 순수하게 운동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회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에 서울 송파구 A클럽은 회원 가입 시 더욱 신중한 접근을 취하며, 회원들의 러닝 기록을 관리하고 러닝 거리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 B클럽은 암묵적으로 연령 제한을 두는 등 각 크루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다.

결국 러닝크루에서의 만남은 강제나 필수가 아닌 자연스러운 선택의 영역이다. 각자의 목적과 크루의 성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며, 운동과 사교의 균형 잡힌 조화가 이루어질 때 러닝크루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커뮤니티 문화로 더욱 굳건히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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