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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와 나이키가 보여준 ‘브랜드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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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일방적인 제품 홍보와 유명인 기용이라는 낡은 공식이 무너지고, 이제는 브랜드와 모델과 팬덤이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브랜드 케미’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중심에 코카콜라와 나이키가 있다.

글로벌 숏폼 플랫폼 틱톡의 ‘왓츠 넥스트 2025 리포트’는 이 현상에 ‘브랜드 케미’라는 이름을 붙였다. 브랜드, 크리에이터, 커뮤니티가 감정의 회로를 서로 연결하며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이 관계 맺음이 2025년의 핵심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코카콜라의 이온보충음료 토레타!는 ‘브랜드 케미’의 교과서를 써나가고 있다. 2년 연속 에스파의 멤버 ‘윈터’를 모델로 발탁한 토레타!는 브랜드와 모델 사이의 완벽한 시너지를 창출해냈다.

첫 광고에서 윈터의 차가운 금발과 토레타!의 상징색인 초록색 원피스가 만들어낸 비주얼 하모니는 “이온보충음료의 새로운 케미”라는 찬사를 받았다. 올해 광고는 한층 더 진화했다. ‘페스티벌을 즐기는 윈터의 하루’라는 콘셉트 아래, 셀카 앵글과 현장감 있는 연출로 팬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특히 광고 공개 직후 “이건 윈터 그 자체”라는 반응은 브랜드와 모델 간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를 증명했다.

광고 비하인드 인터뷰로 공개된 ‘윈터뷰’는 이 브랜드 케미를 더욱 강화했다. 윈터의 진솔하면서도 귀여운 매력이 담긴 이 영상을 팬들은 스스로 숏폼으로 재가공하며 자발적인 콘텐츠 확산에 나섰다. 브랜드가 씨앗을 뿌리면 팬덤이 나무로 키우고, 그 열매를 소비자들이 따먹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코카-콜라사의 전략은 단순한 광고를 넘어 브랜드-모델-팬덤이 자연스럽게 교감하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토레타!는 더 이상 진열대 위의 음료가 아니라, 윈터와 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코드로 자리매김했다.

“달리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경험이다”

나이키는 여성 전용 마라톤 행사 ‘2025 애프터 다크 투어(After Dark Tour)’를 통해 브랜드 케미 전략의 또 다른 정점을 보여주었다. 전 세계 6개 주요 도시에서 진행된 이 야간 레이스는 여성 러너들에게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닌, 나이키와 함께하는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서울 여의도의 한밤중 아스팔트는 여성 러너들의 왕국으로 탈바꿈했다. 이들에게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아니라 그들의 도전을 함께하는 동반자였다. 십 킬로미터의 거리, 그 위에서 형성된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유대감은 어떤 광고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이키의 전략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러닝 경험을 둘러싼 다층적 접점이다. 사전 준비 프로그램부터 가족 단위 참가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 그리고 레이스 후 이어진 애프터 파티까지 – 나이키는 러닝이라는 행위를 둘러싼 모든 순간에 브랜드의 존재감을 녹여냈다.

이를 통해 나이키는 러닝을 단순한 체력 단련이나 기록 경쟁이 아닌, 공동체 의식과 자신감을 고취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승화시켰다. 참가자들은 스스로를 나이키 브랜드의 일부로 인식하게 되었고, 이는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다. 나이키는 더 이상 운동화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여성 러너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적 플랫폼이 된 것이다.

코카콜라와 나이키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들이 ‘브랜드 케미’ 전략을 펼치고 있다. KIA 타이거즈는 어린이 팬층과의 교감을 위해 ‘캐치! 티니핑’과 손을 잡았다. ‘미리 갸린이 날 시리즈’에서는 어린이 팬들이 직접 티니핑 도안을 색칠하고 선수 모습을 그리는 사생대회를 진행했다. 이렇게 제출된 작품은 경기장 전광판에 선수단 소개 이미지로 활용되었다.

어린이 팬들이 직접 참여해 만든 작품이 경기장 전광판에 소개되는 순간, 그들은 단순한 관람객이 아닌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작자로 승격되었다. 이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어린이 팬들과 정서적 유대를 쌓아 ‘미래의 팬층’ 형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전략을 택했다. 김연아, 한가인, 전지현이라는 레전드 모델들을 ‘소환’해 3040세대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한 것이다. ‘AI 가전 트로이카’ 캠페인은 세 사람이 과거 광고를 회상하며 AI 기능으로 새롭게 변모한 제품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해당 영상은 그 시절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동시에 AI 가전의 발전을 실감하게 하며, 공개 9일 만에 조회수 1,200만 회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코카콜라와 나이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브랜드 케미’의 핵심은 감정의 연결이다. 코카콜라는 윈터와 팬덤 사이의 감정적 유대를 토레타!라는 매개체로 연결했다. 윈터를 좋아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토레타!를 향한 호감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다리를 놓은 것이다.

나이키는 여성 러너들의 도전 정신과 성취감을 브랜드의 가치로 승화시켰다. 그들이 달리는 순간의 벅찬 감정이 나이키라는 브랜드와 연결되면서, 나이키는 단순한 스포츠웨어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소비자를 단순한 수용자가 아닌 브랜드 경험의 공동 창작자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코카콜라는 팬덤의 자발적 콘텐츠 확산을, 나이키는 여성 러너들의 공동체 경험을 각각의 브랜드 가치로 승화시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모델과 팬덤,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콘텐츠가 소비자 공감을 이끌며 브랜드 충성도 강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공감과 참여가 어우러지는 ‘브랜드 케미’ 전략은 제품을 넘어 소비자와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트렌드 분석이 아니라 소비의 본질적 변화를 짚어낸 통찰이다. 코카콜라와 나이키가 보여준 것처럼, 브랜드가 소비자의 감정에 닿을 때, 소비는 단순한 구매 행위를 넘어 문화적 경험이 된다.

결국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 브랜드는 소비자의 삶에서 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코카콜라와 나이키가 선도하고 있는 이 ‘브랜드 케미’ 전략은 앞으로도 유통업계의 핵심 마케팅 방향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제품이 아닌 감정을 팔고, 광고가 아닌 문화를 만드는 브랜드들. 그들이 그리는 소비의 미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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