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러닝 인구가 급증하면서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일부 참가자들의 비매너 행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마라톤 대회 이후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비매너 사례가 공유되고 있으며, 그 중 대표적으로 공분을 사는 경우는 배번표를 복사해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뻐꾸기’ 행위와 배번표 양도(매매) 행위, 지정된 구역을 무시하고 출발하는 사례이다. 이와 같은 행동은 대회 공정성과 러닝 정신을 훼손할 뿐 아니라, 안전과 대회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러닝 에티켓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으며, 대규모 대회뿐 아니라 일상 러닝과 그룹 러닝에서도 준수해야 할 에티켓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러닝이 활발한 국가에서는 배번표 관리와 출발 구역을 엄격하게 지키고, 급수대에서의 예절을 중시하는 등 대회 에티켓이 당연시된다. 처음부터 자리잡은 건 아니다. 해외에도 뻐꾸기(‘노상강도(bandit)’라고 부른다) 행위가 관행처럼 여겨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부끄러운 행위로 간주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안전과 의료 문제다. 참가번호표를 불법적으로 구매하거나 교환하는 행위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대회 중 사고로 의료팀들이 응급조치를 취할 때 실제 번호표의 주인으로 취급되어 수혈 등 응급조처가 취해져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무단 참가는 대회의 순수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이기도 하다. 성별, 연령별 순위가 왜곡될 수 있으며, 정당한 참가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 순위에 들 경우 엉뚱한 사람이 상을 받게 되는 등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그룹 러닝 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 일정한 거리와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의 파크런(Parkrun) 같은 주간 달리기 이벤트에서는 모든 참가자가 간단한 인사나 미소를 통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앞 주자를 추월 시 ‘왼쪽으로(On your left)!’와 같은 간단한 알림을 통해 안전한 추월을 유도한다. 번잡한 도심지에서 이어폰 볼륨을 조절하여 자전거 벨소리나 주변 소음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주요 도심 공원에서는 헤드폰 대신 오픈 이어 타입의 장비가 추천되곤 한다.
국내에서는 한강공원 등 혼잡한 지역에서 그룹 러닝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한 줄 또는 두 줄로 뛰는 것이 권장된다. 영국에서는 대규모 그룹이라 해도 속도에 따라 소그룹으로 나누어 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룹 내에서 무리한 속도로 달리지 않고, 초보자와 상급자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에티켓으로 자리잡고 있다.
해외 마라톤 대회에서는 출발 구역을 엄격히 지켜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페널티가 부과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주로 자율 준수 형태로 운영되나, 출발 혼잡을 피하기 위해 출발 구역 준수는 필수적이다. 급수대에서는 속도를 줄이며 음료를 섭취하고, 컵은 지정된 장소에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뉴욕 마라톤 등 주요 해외 대회에서는 컵을 제대로 버리지 않으면 비매너로 간주된다.
비매너 행위를 방지하고 러닝 에티켓을 확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참가자 교육을 강화하여, 대회 사전 설명회 및 온라인 자료를 통해 참가자들이 기본적인 에티켓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한다. 주요 에티켓 위반 사례를 공유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감시 및 제재 체계를 개선하여 참가 번호표의 복제와 같은 부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얼굴 인식 및 실시간 추적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
커뮤니티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 러닝 동호회 및 커뮤니티 리더들이 에티켓 확산에 앞장서고,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상호 자율적으로 지적하고 개선해 나가는 문화를 형성한다.
참여자 인센티브 제공도 고려해볼 수 있다. 대회 종료 후 에티켓을 준수한 참가자에게 추가적인 기념품을 제공하거나, 차기 대회 참가비 할인을 제공함으로써 에티켓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러닝은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을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이기도 하다. 따라서 모든 러너들이 에티켓을 지키며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러닝은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활동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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