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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마침내 두 시간 벽을 넘다 – 2026 런던 마라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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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웨 1:59:30·아세파 2:15:41, 같은 날 남녀가 함께 쓴 마라톤의 새 역사

4월 27일, 런던의 거리에서 마라톤 역사가 다시 쓰였다.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Sabastian Sawe)가 2026 TCS 런던 마라톤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공식 대회 조건에서 인류 최초로 두 시간 벽을 돌파했다. 여자부에서는 에티오피아의 티그스트 아세파(Tigst Assefa)가 2시간 15분 41초로 자신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마라톤 역사상 남녀가 같은 날 동시에 세계기록을 쓴 대회는 이날이 처음이다.

7년을 기다린 질문의 답

2019년 10월, 엘리우드 킵초게는 빈 프라터 공원에서 1시간 59분 40초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 기록은 공식 세계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35명의 페이스메이커가 로테이션으로 교체되고, 음료는 자전거에서 전달됐으며, 레이저 조명이 이상적인 달리기 선을 바닥에 그려줬다. 경쟁이 없는 통제된 환경에서 나온 기록이었다. 이네오스 1:59 챌린지는 인간의 가능성을 증명했지만, 마라톤의 공식 역사는 여전히 두 시간 앞에 멈춰 있었다.

그 질문이 7년 만에 런던에서 답을 얻었다. 바람도 없고 기온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진짜 경쟁이 있는 레이스에서 사웨는 1:59:3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23년 고(故) 켈빈 킵툼이 시카고에서 세운 종전 세계기록(2:00:35)을 65초 단축한 기록이자, 마라톤이 공식적으로 두 시간의 시대로 진입한 순간이었다.

30㎞까지는 함께, 그 이후는 둘만의 세계

레이스 초반 선두 그룹 6명은 5㎞를 14분 14초(2:00:03 페이스)로 통과하며 차분하게 출발했다. 10㎞(28:34), 15㎞(43:10)를 함께 지나 하프 지점을 1:00:29에 통과한 뒤 30㎞까지 집단을 유지했다.

승부는 30~35㎞ 구간에서 갈렸다. 사웨와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Yomif Kejelcha)가 해당 5㎞를 13분 54초로 끊으며 앞서 나갔고, 35~40㎞ 구간에서는 13분 42초로 더욱 가속했다. 잔여 1.7㎞ 지점에서 사웨가 케젤차를 따돌리고 단독 선두로 나선 뒤, 후반 하프를 59분 01초로 마감하며 결승선을 끊었다.

케젤차는 1:59:41로 2위에 오르며 이날 두 번째 서브 2를 기록했다. 에티오피아 신기록이자 마라톤 데뷔전 역대 최고 기록이다. 3위 야곱 키플리모(Jacob Kiplimo, 우간다)는 2:00:28로 우간다 신기록을 세웠는데, 이 역시 종전 세계기록보다 빠른 기록이다. 1·2·3위가 모두 불과 이틀 전까지의 세계기록을 뛰어넘는 기록을 낸 날이었다.

남자 엘리트 주요 기록

순위선수국적기록
1사바스티안 사웨케냐1:59:30 🌍 WR
2요미프 케젤차에티오피아1:59:41
3야곱 키플리모우간다2:00:28
4아모스 킵루토케냐2:01:39
5타미라트 톨라에티오피아2:02:59

여자부 — 세계기록 경신과 함께 쓰인 또 하나의 역사

여자부 레이스도 그에 못지않은 무게로 기록됐다. 아세파는 전반 하프를 1:06:12로 통과하며 전년도 기록 수립 당시보다 30초 빠른 페이스를 유지했고, 종반에 페이스가 다소 떨어졌음에도 2:15:41로 결승선을 끊으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여성 단독 세계기록을 9초 단축했다.

그러나 이날 여자부의 역사는 아세파 혼자 쓴 것이 아니었다. 런던 마라톤 데뷔에 나선 헬렌 오비리(케냐)가 2:15:53의 개인 최고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고, 3위 조이슬린 젭코스게이(케냐)도 2:15:55로 들어왔다. 1·2·3위가 모두 2:16 이내에 들어온 것은 마라톤 역사상 최초다. 아세파가 홀로 남긴 기록이었다면 단순한 세계기록 경신이지만, 세 선수가 함께 만든 이 장면은 여자 마라톤 자체의 수준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는 선언에 가깝다.

여자 엘리트 주요 기록

순위선수국적기록
1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2:15:41 🌍 WR
2헬렌 오비리케냐2:15:53
3조이슬린 젭코스게이케냐2:15:55
4데기투 아지메라우에티오피아2:19:13
5캐서린 렐린 아마낭올레케냐2:21:20

부상을 안고 스타트라인에 선 사람

사웨에게는 이날 기록보다 먼저 있었던 이야기가 있다. 부상으로 훈련 캠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던 그는 가까스로 스타트라인에 섰다. 완벽한 준비가 아닌 몸으로 두 시간의 벽 앞에 선 것이다. 레이스를 마친 사웨는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몸 상태가 좋아졌다”고 했다. 달리면서 비로소 좋아진 몸. 그것이 이 기록의 진짜 배경이다.

우리의 벽은 어디에 있는가

서브 2가 엘리트 마라토너의 벽이라면, 일반 러너에게는 서브 4와 서브 3이 있다. 처음 풀코스를 완주하는 러너에게 4시간은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고, 기록을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러너에게 3시간은 오래 품어야 비로소 닿는 꿈의 숫자다.

런닝 인구가 빠르게 늘어난 한국에서도 이 기록은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마라톤(동아마라톤)을 비롯해 경주, 춘천, 중앙 마라톤 등 주요 풀코스 대회가 수십 분 안에 마감될 만큼, 완주를 넘어 기록을 쫓는 러너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그 러너들 각자에게 저마다의 ‘두 시간 벽’이 있다.

벽은 준비가 완벽해질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그냥 출발할 때 무너진다. 런던은 그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런던 마라톤마라톤 대회사바스티안 사웨티그스트 아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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