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마라톤 대회가 또 한 번 역사를 새로 썼다. 4월 20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주 홉킨턴에서 출발해 보스턴 코플리 광장 보일스턴 스트리트까지 이어진 제130회 보스턴 마라톤에서 케냐의 존 코리르(John Korir)가 코스 레코드를 경신하며 2연패를 달성했다.
케냐가 독식한 시상대
코리르는 2시간 1분 52초로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케냐의 제프리 무타이가 2011년 세운 종전 기록(2시간 3분 2초)보다 70초 빠른 기록으로, 역대 마라톤 전체 기록 5위에 해당한다. 이날 남자부 상위 3명 전원이 종전 코스 레코드를 경신하는 역대 최강 필드였다.
코리르는 뉴턴 언덕 구간에서 선두를 낚아챈 뒤 보스턴 칼리지를 통과할 때 이미 40초 차이로 달아났다. 그는 “기록을 세울 줄은 몰랐다. 그냥 타이틀 방어가 목표였는데 시간이 따라줬다”고 레이스 후 소감을 밝혔다.
여자부도 케냐의 독무대였다. 샤론 로케디(Sharon Lokedi)가 2시간 18분 51초로 2연패를 완성했다. 레이스 당일 버스에서 시계를 두고 내린 그는 “얼마나 빨리 뛰는지 몰랐다. 그냥 최대한 빨리 결승선에 닿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2위 로이스 체뭉의 기록조차 작년 이전 기준으로는 코스 레코드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케냐가 여자부 시상대 전체를 차지했다.
휠체어 부문에서는 스위스의 마르셀 후그(Marcel Hug)가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역대 최다 우승(에른스트 반 다이크, 10회)까지 1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주에서 돌아와, 보일스턴을 달리다
이번 대회 최고의 화제는 미국 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 수니 윌리엄스(Suni Williams)였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286일간 체류하다 지구로 귀환한 그는 2026 패트리어츠 어워드 수상자 자격으로 레이스에 나서 5시간 52분 49초로 완주했다. “중력이 정말 힘들다. 우주에서는 이런 응원이 없다”는 소감을 남겼다. 그는 앞서 ISS에서 러닝머신으로 마라톤을 완주한 경험도 갖고 있다.
미국 선수 최고 기록도 이날 함께 갱신됐다. 주헤르 탈비가 남자부 2시간 3분 45초, 제스 맥클레인이 여자부 2시간 20분 49초로 각각 미국 선수 사상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두 선수 모두 5위였다.
태극기를 펼친 한국 러너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러너도 결승선을 통과했다. 가수 션(Sean Ro)이 태극기를 들고 130th BOSTON MARATHON FINISHER의 영예를 안았다. 그의 SNS에는 “2번째 보스턴 마라톤, 너무 즐겁게 달렸습니다”는 소감과 함께 보일스턴 스트리트 피니시 구역에서 태극기를 펼친 사진이 올라왔다.
션은 2025년 세계 7대 마라톤(도쿄·보스턴·런던·시드니·베를린·시카고·뉴욕)을 1년 만에 완주한 데 이어, 2026년에는 아프리카·남극·남미를 더한 ‘7대륙 완주’ 대장정에 나서고 있다. 세계 7대 마라톤 최연소 완주 기록(20세)을 깨기 위해 10대 아들들의 동행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보스턴을 마친 그는 “이제 6일 후에 런던 마라톤을 달립니다”라고 밝혔다.
역사와 함께 달리다
보스턴 마라톤은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가진 대회다. 서윤복이 1947년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한 데 이어, 1950년엔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이 1~3위를 독식했다. 이봉주는 2001년 케냐의 11연패를 저지하며 우승, 한국 선수의 보스턴 우승 금메달은 총 3개다. 그 역사적인 코스를 달리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한국 러너들이 BQ(보스턴 자격 기록) 획득에 도전하고 있다.
3만 명이 넘는 참가자가 홉킨턴을 출발해 보일스턴 스트리트를 향해 달린 이번 제130회 대회. 코스 레코드, 연속 챔피언, 그리고 우주에서 돌아온 완주자까지, 보스턴은 올해도 마라톤이 단순한 경주가 아님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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