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재소자가 아니라 러너입니다” 철창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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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 너머 자유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범죄의 그늘에 갇혀 있지만,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빛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26.2 투 라이프(26.2 to Life)’는 캘리포니아 샌 퀜틴 주립 교도소의 ‘1000마일 클럽’ 이야기를 다룬다. 

샌 퀜틴 교도소의 마라톤은 일반 도시 마라톤과는 판이하다. 수감자들은 교도소 안 임시 트랙을 105바퀴나 돌아야 한다. 42.195킬로미터, 지루하리만큼 반복되는 코스다. 하지만 이들에겐 단순한 체력 테스트가 아니다. 자아를 재발견하는 여정이자, 새 삶을 향한 첫걸음이다.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 그들은 범죄자가 아닌 러너로 존재합니다.” 크리스틴 유 감독의 말이다. 달리는 행위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존 레빈이라는 수감자의 이야기가 특히 눈길을 끈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자신의 죄를 되새기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을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트랙 위에서 그는 과거와 마주하고, 새사람이 되기로 다짐했다.

유 감독은 이 프로젝트에 개인적인 연관이 있다. 그녀는 과거 억울한 누명으로 271년형을 선고받았던 한국계 미국인 현강의 사연을 접하며, 수감 생활이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1000마일 클럽’의 코치 프랭크 루오나의 열정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수감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유 감독은 “루오나의 헌신을 통해 우리 모두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토미 위커드라는 수감자의 변화도 희망적이다. 그는 교도소 내에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수화 교실을 운영하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수감 생활이 단순한 형벌이 아닌, 변화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6.2 투 라이프’는 단순한 스포츠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인간의 변화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다. 유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교도소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영화의 영향으로 여러 교도소에서 러닝 클럽 운영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현실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프랭크 루오나의 말처럼, 이 영화는 우리 모두가 서로의 ‘지킴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철창 안에서 시작된 마라톤이 사회 전체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고, 사회는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는 각자가 가진 잠재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26.2 투 라이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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