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문화

달리는 작가, 쓰는 러너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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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ki Murakami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상 위에는 항상 두 가지가 놓여있다고 한다. 펜과 러닝화다. 얼핏 보면 어울리지 않는 이 두 물건이, 그의 인생과 문학을 정의하는 핵심 도구라는 점이 흥미롭다. 하루키의 회고록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가 달리기를 통해 얻은 삶의 철학과 작가로서의 내면을 솔직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달리기가 단순한 신체 활동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1982년, 하루키는 두 가지 결심을 했다. 전업 작가가 되는 것과 매일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다.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는 이 두 가지를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이 정도면 그를 ‘달리는 작가’라고 부르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일정 시간을 달리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규칙성은 그의 글쓰기 루틴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하루키는 소설 쓰기를 ‘육체노동’이라고 표현한다. 뜻밖의 표현이지만, 생각해보면 일리 있는 말이다. 장시간 집중력을 유지하며 글을 쓰는 일은 분명 체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는 달리기를 통해 체력과 정신력을 단련한다. 마치 대장장이가 망치를 두드리듯, 작가 하루키는 달리기로 자신의 도구를 벼린다.

그의 작품들은 종종 내면의 탐구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다루는데, 이러한 주제들은 그가 달리기를 하면서 얻은 사색의 결과로 보인다. 그는 “달리기는 나에게 명상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달리기를 통해 그는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작품의 영감을 얻는다. 달리는 동안의 고독과 반복적인 움직임은 그의 창작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건강법이나 운동 방법을 논하는 책이 아니다.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와 가치를 가진 ‘달리기’를 중심으로 삶과 문학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얻은 경험과 깨달음을 독자들과 공유하며, 이를 통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데 있어 필요한 자세를 전달한다.

하루키는 꾸준히 달린 것이 자신의 성공 비결이었다고 밝힌다. 달리기를 통해 키운 체력과 집중력, 지구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작품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그의 작품들은 약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는 해마다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며, 마라토너로도 유명하다.

“인생은 긴 거리 달리기와 같다”는 하루키의 말은 클리셰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면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아마도 그가 실제로 수많은 마라톤을 완주했기 때문일 것이다. 출발선의 설렘, 중간 지점의 고통,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환희 – 이 모든 것이 우리 인생과 닮아있다.

하루키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꾸준함’이라고 말한다. 재능이나 운보다 그는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의 힘을 믿는다. 마라톤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듯, 소설도 한 문장 한 문장 써 내려가는 것. 그것이 하루키식 성공의 비결이다.
이 책은 문학도와 러너뿐만 아니라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실천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교훈을 준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며 얻은 성취감과 그 과정에서의 고통은 그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달리기를 통해 얻은 인내와 끈기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세계적 작가의 이런 소박한 철학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준다. 화려한 비결 없이, 그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꾸준히 달려온 한 사람의 이야기. 그 속에서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개인적인 경험을 넘어, 우리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신에게 솔직하고, 꾸준히 노력하며, 삶을 진지하게 대하라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삶의 지침서로서 독자들에게 울림을 주며,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러닝화 끈을 조이고 싶어지거나 펜을 들고 싶어질 수 있다. 어쩌면 그 둘 다일 수도 있다. 하루키의 말대로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리듬을 유지하며 계속 달려가는 것”이다. 각자의 인생 마라톤에서,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달리는 작가 하루키처럼, 우리도 각자의 방식으로 달리며 써 내려가는 인생. 그 여정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는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댓글 (2)

  1. 박재혁
    박재혁

    *
    달리기를 시작한 후 삶을 마주하는 태도와 삶의 소소한 습관이 자연스레 바뀌어온 사람으로써 글에대한/저자의 생각에 대한 훌륭한 해석에 큰 공감을 표합니다- 🙂

    1. 손요한 아바타
      손요한

      멋진 삶을 살고 계시군요.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그리고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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