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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세계기록 7분 앞선 로봇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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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베이징 이좡 지구에서 열린 하프마라톤에서 50분 26초라는 기록이 나왔다.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Honor)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플래시(Flash, 闪电)’였다.

이 기록은 지난달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우간다의 야코브 킵리모(Jacob Kiplimo)가 세운 하프마라톤 인간 세계기록 57분 20초를 7분 가까이 앞선 수치다. 21킬로미터 코스를 두 다리로, 그것도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며 달려낸 결과다.

‘2026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마라톤’은 베이징시 정부와 중국중앙방송(CCTV)이 공동 주최한 두 번째 대회다. 지난해 첫 대회는 수많은 사고로 얼룩졌다. 대부분의 로봇이 완주에 실패했고, 우승 기록도 2시간 40분으로 같은 날 인간 우승자의 두 배를 넘었다. 1년 만에 장면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로봇은 300여 대다. 등록 팀은 100개를 넘어 초대 대회의 약 5배에 달했고, 참가 지역도 5개 성(省)에서 13개로 늘었다. 홍콩 팀이 처음 이름을 올렸다.

주목할 부분은 자율주행 부문의 신설이다. 전체 참가 로봇의 약 40%가 자율 방식으로 출전했다. 아너의 원격 조종 로봇은 48분 19초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으나, 가중 채점 방식에 따라 자율주행으로 50분 26초를 기록한 플래시가 최종 챔피언을 가져갔다. 2위와 3위도 아너의 자율주행 로봇이 차지했으며, 기록은 각각 51분대와 53분대였다.

코스 난이도도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포장도로 경사면과 공원 지형에 방향 전환 구간과 급경사로가 추가됐다. 인간 러너에게도 까다로울 만한 구성이다.

같은 코스를 함께 달린 인간 러너는 3만 2천 명을 넘어섰다. 이 대회 역대 최다 기록이다. 로봇과 인간이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거리를 겨룬 장면은, 달리기라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가 기술의 전시장이 되어가는 현재를 보여준다.

경기를 지켜본 베이징우전대학교 공학도 추톈치(23)는 “AI가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준을 달성했다는 것이 대단하다”는 감상을 남겼다.

다만 50분 26초라는 숫자에는 유보할 여지도 있다. 가중 채점 방식이 적용됐고, 자율주행과 원격 조종 로봇이 같은 트랙을 공유했다. 체화지능 스타트업 위안리링지(Yuanli Lingji)의 탕원빈 창업자는 최근 베이징 포럼에서 “업계 전체가 여전히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있다. 지금 많이 보이는 것들은 ‘일하는 척하는 춤’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무릎을 들어 올리고 착지의 충격을 흡수하며 호흡을 분배하는 달리기의 본질을 배터리와 모터와 알고리즘이 얼마나 재현했는지는, 기록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숫자만 놓고 보면 거리는 분명히 좁혀졌다. 지난해 2시간 40분이던 로봇의 하프마라톤 기록이 1년 만에 50분대로 줄었다. 그 속도라면, 로봇과 인간이 같은 결승선을 비슷한 시간에 통과하는 장면도 머지않은 미래의 일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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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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