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랙 금메달리스트들의 마라톤 합류, 역대급 여자부 필드, 20만 달러 세계기록 보너스까지—시즌 개막전부터 빅 레이스 조건이 갖춰졌다
2026 애봇 월드 마라톤 메이저스(WMM) 시즌이 3월 1일 도쿄 마라톤으로 개막한다. 올해 WMM은 도쿄를 시작으로 보스턴(4월), 런던(4월), 시드니(8월), 베를린(9월), 시카고(10월), 뉴욕(11월)까지 7개 대회가 이어지며, 케이프타운이 8번째 메이저 승격을 앞두고 있어 시리즈 확장도 눈앞이다.
시즌 첫 레이스부터 무게감이 다르다. 여자부에는 세계 역대 기록 15위 안에 드는 선수 5명이, 남자부에는 개인 최고 기록 2시간 3분대 이하 선수 5명이 한 레이스에 선다. 총상금은 75만 달러, 우승 상금 8만 달러에 세계기록 보너스 20만 달러, 일본 국가기록 보너스 50만 엔이 별도로 걸려 있다.
코스 조건도 기록에 우호적이다. 도쿄 마라톤 코스는 신주쿠 도청 앞에서 출발해 도쿄역 앞 교코도리에서 끝나는 42.195km 구간으로, 총 오르막 60m·내리막 98m의 ‘넷 다운힐’ 코스다. WMM 전체에서 베를린, 시카고와 함께 가장 평탄한 코스로 꼽힌다. 레이스 당일 기상 예보는 출발 시각 기준 기온 8~12도, 낮 최고 15~17도, 강수 확률 26%, 바람 미약으로 나와 있다. 다만 대회 조직위는 “이 시기 치고는 비교적 따뜻한 편”이라며 더위 대비를 당부했다. 지난해 대회가 출발 시 14도에서 레이스 후반 20.3도까지 올라 선수들에게 부담을 준 점을 감안하면, 후반부 기온 상승은 올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여자부: 케베데의 전인미답 3연패 vs. 기록의 벽을 넘는 페이사
여자부의 서사는 뚜렷하다. 디펜딩 챔피언 수투메 아세파 케베데(Sutume Asefa Kebede·에티오피아)가 대회 사상 최초 3연패에 도전한다. 도쿄 마라톤 역사상 여자부 2회 이상 우승자는 두 명뿐인데, 3연패를 달성한 선수는 아직 없다. 2024년 코스 레코드 2시간 15분 55초, 2025년 2시간 16분 31초로 연속 우승한 케베데는 현재 세계 랭킹 5위다. 다만 지난해 같은 도쿄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27위에 그친 뒤 마라톤 출전이 없었다. 반년 넘게 대회 공백이 있는 만큼 컨디션 회복 여부가 핵심 변수다.
가장 위협적인 도전자는 하위 페이사(Hawi Feysa·에티오피아)다. 2025년 시카고 마라톤 우승 기록 2시간 14분 57초는 세계 역대 7위이자 에티오피아 여자 역대 2위에 해당한다. 마라톤 통산 5회 출전이라는 짧은 이력에도 이 정도 궤적이면, 케베데의 코스 레코드(2시간 15분 55초) 경신도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도쿄 3위 경험도 있어 코스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전 세계기록 보유자 브리짓 코스게이(Brigid Kosgei·케냐)도 빅 레이스 운영 능력에서는 이 필드 최고다. 2019년 세운 2시간 14분 04초는 당시 세계기록이었고, 현재도 역대 5위다. 2021년 올림픽 은메달, 2022년 도쿄 우승을 거쳤고, 지난해 상하이에서 2시간 16분 36초로 우승하며 건재를 증명했다. 도쿄에서 두 번째 우승을 노린다.
2023년 도쿄 챔피언 로즈메리 완지루(Rosemary Wanjiru·케냐)는 이후 베를린 마라톤까지 제패하며 메이저 대회 우승 경력을 쌓았다. 런던·시카고에서 꾸준히 포디움에 오른 메게르투 알레무(Megertu Alemu·에티오피아)와, 프라하 우승 후 암스테르담에서 2시간 17분 56초로 급성장한 신예 베르투칸 웰데(Bertukan Welde·에티오피아)도 다크호스다.
일본 선수 중에는 개인 최고 기록 2시간 20분 31초의 호소다 아이(細田あい)가 자국 팬들의 기대를 안고 출전한다.
레이스 전망: 케베데가 지난 두 해처럼 전반부터 선두를 끌고 가는 ‘솔로 트립’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페이사의 기록(2시간 14분 57초)은 케베데의 코스 레코드보다 58초 빠르다. 페이사가 시카고 때의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30km 이후 독주도 가능하다. 코스게이는 후반부 스퍼트에 강한 유형이라 35km 이후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기온이 예보대로 유지된다면 코스 레코드 경신 가능성이 열려 있는 레이스다.
남자부: 트랙 챔피언들의 마라톤 실험, 그리고 코스 레코드 사냥
남자부는 기록 경쟁 못지않게 흥미로운 서사가 있다. 올림픽·세계선수권 트랙 금메달리스트들이 마라톤 무대에 속속 합류하면서, 42.195km라는 거리가 이들의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타데세 타켈레(Tadese Takele·에티오피아)부터 그렇다. 장애물경주에서 2022년 아프리카선수권 은메달을 딴 뒤 마라톤으로 전향, 2023년 베를린 데뷔전 2시간 3분 24초(3위), 지난해 도쿄 2시간 3분 23초(우승)를 기록했다. 올해 23세, 통산 마라톤 완주 세 번의 젊은 챔피언이다. 비르하누 레게세(Birhanu Legese)가 2019~2020년 달성한 도쿄 2연패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세계선수권 기권 이후 복귀전이라는 점은 변수다.
이번 대회에는 타켈레 외에도 트랙 출신 두 명이 더 있다. 2021년 도쿄 올림픽 1만m 금메달리스트 셀레몬 바레가(Selemon Barega)는 금메달을 목에 건 바로 그 도시로 돌아온다. 2025년 세비야 마라톤 데뷔전에서 2시간 5분 15초를 기록했고, 이번이 통산 두 번째 마라톤이다. 5000m 세계선수권 2연패(2017·2019)의 묵타르 에드리스(Muktar Edris) 역시 지난해 보스턴 데뷔전에서 2시간 5분 59초로 5위에 올랐다. 두 선수 모두 마라톤 경험은 얕지만, 트랙에서 증명한 절대 스피드가 42.195km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이번 레이스가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코스 레코드(2시간 2분 16초·벤슨 키프루토·2024년)를 위협할 후보는 따로 있다. 기록상 가장 빠른 출전 선수는 티모시 키플라갓(Timothy Kiplagat·케냐)이다. 2024년 바로 그 코스 레코드가 나온 레이스에서 2시간 2분 55초로 준우승하며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대회 측이 코스 레코드를 겨냥한 페이싱 전략을 준비했다는 보도도 있어, 키플라갓이 초반 페이스를 이끌 가능성이 크다.
세계 랭킹 4위 밀케사 멩게샤(Milkesa Mengesha·에티오피아)는 2024년 베를린 우승, 지난해 상하이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경험이 풍부하다. 출전 선수 중 가장 높은 랭킹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 런던 챔피언 알렉산더 무티소 무냐오(Alexander Mutiso Munyao·케냐)는 일본 실업팀 ND소프트웨어 소속으로, 준홈 경기나 다름없다. 지난해 뉴욕에서 벤슨 키프루토에게 사진 판독 끝에 아쉽게 패한 설욕도 노린다. 도쿄 2년 연속 3위의 빈센트 키프케모이 응게티치(Vincent Kipkemoi Ngetich·케냐)까지, 2시간 3분대 초반 기록 보유자 5명이 한 레이스에 선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일본 선수 중에서는 국가 기록 보유자 오사코 스구루(大迫傑·2시간 4분 55초)와 전 국가 기록 보유자 스즈키 겐고(鈴木健吾·2시간 4분 56초)가 자국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 이탈리아의 2025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일리아스 아우아니(Iliass Aouani), 캐나다 기록 보유자 캠 레빈스(Cam Levins)도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레이스 전망: 코스 레코드를 겨냥한 페이싱이 예고돼 있어, 초반부터 빠른 레이스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키플라갓과 멩게샤가 페이스메이커 뒤에서 초반을 끌고, 타켈레가 지난해처럼 후반 스퍼트로 승부를 걸 것으로 보인다. 기상 조건이 예보대로 유지된다면 2시간 2분대 초반 기록도 기대할 수 있다. 트랙 출신 바레가와 에드리스는 아직 레이스 운영 경험이 부족해, 이번 대회는 우승보다 ‘자기 페이스’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주요 출전 선수
여자부
| 선수 | 국적 | PB | 주요 이력 |
|---|---|---|---|
| 브리짓 코스게이 | 케냐 | 2:14:04 | 전 세계기록, 2021 올림픽 은메달 |
| 하위 페이사 | 에티오피아 | 2:14:57 | 2025 시카고 우승 |
| 수투메 아세파 케베데 | 에티오피아 | 2:15:55 | 도쿄 2연패, 코스 레코드 보유 |
| 로즈메리 완지루 | 케냐 | 2:16:14 | 2023 도쿄·베를린 우승 |
| 메게르투 알레무 | 에티오피아 | 2:16:34 | 2024 발렌시아 우승 |
| 베르투칸 웰데 | 에티오피아 | 2:17:56 | 프라하 우승, 급성장 신예 |
남자부
| 선수 | 국적 | PB | 주요 이력 |
|---|---|---|---|
| 티모시 키플라갓 | 케냐 | 2:02:55 | 2024 도쿄 준우승 |
| 알렉산더 무티소 무냐오 | 케냐 | 2:03:11 | 2024 런던 우승 |
| 빈센트 키프케모이 응게티치 | 케냐 | 2:03:13 | 도쿄 2년 연속 3위 |
| 밀케사 멩게샤 | 에티오피아 | 2:03:17 | 2024 베를린 우승, 세계 랭킹 4위 |
| 타데세 타켈레 | 에티오피아 | 2:03:23 | 디펜딩 챔피언 |
| 셀레몬 바레가 | 에티오피아 | 2:05:15 | 2021 올림픽 1만m 금메달 |
| 오사코 스구루 | 일본 | 2:04:55 | 일본 국가기록 보유자 |


댓글 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