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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러닝 문화 정착되려면 ‘민폐’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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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크루 확산 속 시민 불편 증가, 지자체 규제 강화

최근 도시 곳곳에서 활기찬 발걸음으로 거리를 누비는 러닝 크루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러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지만, 동시에 도시 생활의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러닝 크루의 열정과 그들이 야기하는 논란, 그리고 이를 둘러싼 사회적 담론을 살펴보았다.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러닝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다양한 러닝크루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러너들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러닝크루 민폐’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닝 에티켓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러닝 에티켓은 헬스장 에티켓과 마찬가지로 공공 공간을 공유하는 모든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도로 러닝의 특성상 러너들뿐만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 운전자에 대한 배려도 요구된다.

논란의 중심에 선 러닝크루

러닝 크루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일부 시민들의 불편함도 커지고 있다. 주요 논란으로는 소음 문제(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의 러닝 활동으로 인한 소음 민원 증가), 보행자 안전(좁은 인도에서 대규모 그룹이 달리면서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지적), 교통 방해(일부 크루들이 차도로 달리거나 신호를 무시하는 등 교통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른 시민 불편이 증가하면서 다수의 지자체는 러닝크루의 활동을 규제하기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부 대학에서는 무단으로 체육시설을 사용한 사례도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따르면, 대학 측은 지난달 사전 대관 신청 없이 교내 육상 트랙을 무단으로 사용한 러닝크루와 유료 달리기 강습 관계자들을 적발해 계도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정기적으로 교내에서 강습을 진행하던 업체들은 더 이상 수업을 이어나갈 수 없게 됐다. 서울 서초구도 민원이 잇따르자 지난 1일부터 반포종합운동장 트랙에서 5인 이상의 단체 달리기를 제한하고, 사람 간 2m 이상의 간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규칙을 시행했다.

송파구는 올해 초부터 석촌호수에서 3인 이상의 단체 달리기를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민원 발생 시 현장에서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 송파구에는 올해 러닝 크루와 관련된 민원이 총 15건 접수됐다. 성북구청도 지난해 9월부터 성북천에 “우측 보행, 한줄 달리기”를 장려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하고 전광판과 안내 방송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성북구청에는 지난해 3건, 올해 4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러닝크루는 한강공원과 종합운동장 등 생활체육 공간뿐 아니라 ‘시티런’이라는 명목으로 마포구 경의선숲길, 경복궁 광화문 등 도심 지역에서도 자주 활동한다. 이 과정에서 좁은 산책로를 점유하며 많은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단순히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의 효율적 활용과 시민들의 건강한 삶의 균형점을 찾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은 러닝크루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에티켓은 충분히 정착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시민에 대한 배려 부족은 러닝뿐만 아니라 생활체육 동호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다. 일부 지자체의 단속을 넘어 성숙한 운동 문화를 교육하고 캠페인을 통해 이를 장려할 필요가 있다.

긍정적인 부분은 여러 러닝크루에서 내부 자정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4인 이하로 달리기, 한 줄 달리기, 큰 소리 외치지 않기 등의 내용을 담은 자체 러닝 가이드북을 제작해 공지하는 모임도 등장했다.

해외 러닝크루 사례 … 자정 노력으로 인식 개선

해외에서도 러닝크루 문화는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와 공존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런던의 ‘런 데모크라시(Run Dem Crew)’는 도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성장한 러닝크루로, 지역사회와의 공존을 위해 교통 혼잡 시간대를 피하고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를 중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지역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종 자선 행사에 참여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해 러닝 이벤트를 기획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뉴욕의 ‘브루클린 트랙 클럽(Brooklyn Track Club)’은 회원들에게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을 강조하며, 특히 인구 밀집 지역에서는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달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매주 특정 요일에 공원이나 운동장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오픈 러닝 세션’을 개최해 지역사회와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러닝크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고, 건강한 운동 문화를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호주의 ‘마이티 미들본즈(Mighty Middlebones)’는 시드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닝크루로, 지역사회의 요구에 맞춰 소음 문제를 줄이기 위해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시간대의 러닝을 자제하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에서는 한 줄로 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달리기 중에는 큰 소리를 자제하는 등의 규칙을 세워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한다.

러닝 문화의 확산과 함께 돌아보는 ‘기본 예절’

에티켓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기본 예절만 지키면 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즐기면 된다. 이는 다른 스포츠나 사회활동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절은 간단하다. 공공장소에서 달릴 때는 다른 사람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그룹으로 달릴 때는 도로를 점령하지 않도록 한다. 또한, 타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일반 도로는 모든 시민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러너들이 특별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러닝크루 문화는 점차 대중화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공공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행동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러닝크루가 건강한 운동 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대중과의 공존을 위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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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1. 이한솔
    이한솔

    성숙한 문화로 발전하길 기대해봅니다.

    1. 손요한 아바타
      손요한

      점점 더 성숙해질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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