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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도’까지 등장한 러닝화 시장, 2030 세대 주도로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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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러닝 트랙에서 만난 29세 직장인 김지훈 씨는 최근 러닝화를 구입하는 데 큰돈을 썼다. 그는 “좋은 러닝화가 퍼포먼스를 높여줄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젊은 세대의 변화된 소비 패턴은 러닝화 시장의 빠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대의 주도로 러닝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고가의 기능성 러닝화에 대한 선호도 역시 두드러지고 있다.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러닝화는 일상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러닝화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패션업계는 현재 국내 러닝화 시장 규모가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러닝의 대중화와 러닝화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이루어진 결과라고 분석된다.

글로벌 시장의 전망도 밝다. GlobeNewswire와 IBISWorld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러닝화 시장은 2030년까지 19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세의 중심에는 소비자들의 변화된 우선순위가 있다. 기능과 품질을 최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이 가격보다는 신발의 성능과 사용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고기능성 러닝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러닝화 매장에서는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뿐만 아니라 온 러닝, 호카, 써코니 등 신규 브랜드 제품들이 매대에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매장 관계자는 “요즘 소비자들은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하고 선택한다”며 “러닝화도 전문화되고, 세분화된 니즈를 충족하기 위한 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단순히 운동화를 넘어 자신만의 스타일과 기능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닝화의 인기는 이제 러닝을 넘어 일상 패션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닝코어’라 불리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는 고가의 러닝화와 관련 아이템을 일상복과 매치하는 스타일을 지칭한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만난 25세 대학생 박수민 씨는 “러닝화는 이제 단순한 운동 용품이 아닌 패션의 일부”라며 “러닝화 한 켤레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어 실용적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트렌드는 러닝화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를 높이며, 시장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닝화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소위 ‘장비병’이라는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장비병은 특정 운동에 필요한 장비를 지나치게 중시하거나 과도하게 구매하는 경향을 의미하는데, 러닝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통용되고 있다. 32세 직장인 이민수 씨는 “기록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 고기능성 러닝화와 관련 장비에 아낌없이 투자한다”고 말했다. 이는 고가의 기능성 러닝화와 다양한 러닝 관련 액세서리의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러닝화를 비롯한 각종 장비들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퍼포먼스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트렌드의 유행과 함께 최근 ‘러닝화 계급도‘가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는 과거 명품이나 패딩이 유행했을 때 명품 계급도, 패딩 계급도가 형성되었던 것과 유사한 현상으로, 러닝화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사회적 인식이나 상징적 가치가 다르게 평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이키, 아디다스와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부터 온 러닝, 호카, 써코니 등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각기 다른 계급 속에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취향과 지향점을 반영한 선택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계급도는 러닝화의 사회적 의미를 더욱 복합적으로 만들고 있다.

‘2024년 러닝화 계급도’ / 출처 = 다나와 / 러닝화 계급도는 러닝화 브랜드와 모델을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있다.

‘다나와’가 러닝 블로거 ‘멸치’의 자문을 통해 제작한 러닝화 계급도에 따르면, 러닝화는 크게 ‘월드클래스’, ‘국가대표’, ‘지역대표’, ‘동네대표’, ‘마실용’, ‘입문용’으로 구분된다. ‘월드클래스’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1, 나이키 알파플라이 3,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3가 포함되어 있으며, ‘국가대표’에는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3, 아식스 메타스피드 스카이 파리, 써코니 엔돌핀 프로3가 선정되었다. ‘지역대표’에는 뉴발란스 퓨어셀 엘리트 v4, 호카 씨엘투엑스1, 미즈노 웨이브 리벨리온 프로2, 온 클라우드붐 에코3가 포함된다. ‘동네대표’와 ‘마실용’, ‘입문용’에도 각각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이 분류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 있다.

스포츠 및 패션 업계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전문 러닝화 브랜드뿐만 아니라 일반 스니커즈 브랜드와 애슬레저 브랜드들도 러닝화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러닝화 시장의 성장은 제품의 기능성뿐 아니라 디자인, 브랜드 스토리, 커뮤니티 형성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러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계속해서 성장하는 러닝화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발전이 예상된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한 제품 개발과 맞춤형 마케팅 전략이 앞으로 시장 성공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러닝러닝화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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