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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의 겨울나기 – 달리기에도 계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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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도 계절이 있다”

겨울이 오면 마라토너들은 고민에 빠진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리며 꿈꾸던 목표들이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지는 듯하다. 11월부터 3월까지, 이 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진다. 마라톤의 비수기라고 부르는 이 시간은, 달리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시련이자 기회다.

비수기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대회가 줄어든다는 것과, 달리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와 짧아진 낮 시간, 때로는 눈이나 비가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이 시간은 우리 몸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먼저, 깊은 휴식이 필요하다. 마라톤이라는 것이 결국 몸과 맺은 일종의 계약 같은 것인데, 그 계약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연중 내내 고강도로 달리다 보면 몸은 어느새 부채를 지고 있다. 주 2-3회 정도로 러닝 횟수를 줄이고, 대신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것으로 그 부채를 갚아나가야 한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는 장거리 러너들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할 부위다. 달리기로 단단해진 근육들을 이완시키고, 그동안 소홀했던 유연성을 되찾는 시간이다.

둘째로, 크로스트레이닝이 답이다. 비수기라고 아예 운동을 멈추는 건 좋지 않다. 심장은 여전히 뛰어야 하고, 근육은 새로운 자극을 필요로 한다. 조정이나 자전거, 수영 같은 운동은 마라톤 특유의 충격을 피하면서도 심폐 지구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운동들은 달리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근육을 자극하면서, 전신의 균형 잡힌 발달을 돕는다. 특히 수영은 달리기로 지친 관절에 휴식을 주면서도 전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최적의 운동이다.

셋째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지난 시즌의 레이스들을 하나하나 복기해보자. 어떤 순간에 힘들었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냉정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 조절이 잘 되지 않았다면 심박수 훈련에 집중하고, 후반부 체력이 떨어졌다면 근지구력 향상에 신경 쓴다. 이런 약점 보완을 위한 맞춤형 훈련이 비수기의 중요한 과제다.

마지막으로, 달리기를 완전히 놓치 말아야 한다. 평소의 50-70% 정도로 거리와 속도를 줄이되,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박수를 체크하면서 낮은 강도로 달리다 보면, 우리 몸은 새로운 리듬을 찾아간다. 아스팔트 대신 공원이나 트레일을 달리면서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깨워보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변화는 지루함도 덜어주고, 새로운 자극도 된다.

비수기는 또한 다음 시즌을 그리는 시간이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세부적인 계획을 세운다. 어떤 대회에 출전할지, 어떤 기록을 목표로 할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를 차근차근 정리해본다. 이런 계획 수립은 비수기 훈련에 동기를 부여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명확하게 해준다.

결국 비수기란 달리기를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더 나은 달리기를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마치 계절이 바뀌듯, 우리의 달리기도 때로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다음 시즌에 더 강한 러너로 돌아올 수 있다. 수영장도 가고, 요가도 하고, 공원도 달리면서 새로운 기록을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비수기를 현명하게 보내는 것은 마라토너의 숙제다. 휴식과 회복, 기초체력 향상, 약점 보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까지.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이루어질 때, 우리는 더 나은 러너로 성장할 수 있다. 겨울이 봄을 준비하듯, 비수기는 우리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니 이 겨울, 조급해하지 말자. 때로는 멈추어 설 줄 아는 것도 달리기의 한 부분이다. 춥고 긴 겨울밤,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지난 레이스의 기억을 되새기고, 다가올 봄의 레이스를 그려보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된다. 달리기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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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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