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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마라톤’ 하루 전 상념… “우리가 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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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춘천시

인간은 본래 달리는 존재였다. 먹이를 쫓아, 때로는 포식자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왜 달리는 걸까. 특히 42.195km라는, 현대인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이 긴 거리를. 1936년, 손기정과 남승룡이라는 두 청년이 베를린의 하늘 아래서 그 답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달리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한 민족의 희망이었다. 그들의 영광을 기념하며 시작된 춘천마라톤은, 이제 또 다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춘천마라톤이 특별한 이유는 그 코스에 있다. 의암호를 끼고 도는 이 코스는, 마치 우리 인생처럼 예측불가능하고 평탄하지 않다. 강원체고 근처의 가파른 오르막과 송암스포츠타운의 급경사는 마치 우리 삶에 불쑥 끼어드는 시련 같다. 특히 26km 지점부터 이어지는 서상대교 구간의 2km 오르막은, 많은 러너들의 의지를 시험한다. 마치 인생의 중년처럼, 가장 힘든 고비가 중반에 찾아온다.

마라톤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체력만큼이나 전략이 중요하다고. 마치 소설을 쓸 때처럼, 시작부터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초반의 의암호 구간이 평탄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잔잔한 호수 위로 비치는 아침 햇살이 러너들을 현혹하지만, 중반부터 시작되는 언덕과 내리막의 연속은 당신의 모든 것을 시험할 것이다. 체력, 의지, 그리고 당신이 이 레이스에 걸었던 모든 것들을.

특히 35km 지점의 마지막 오르막은 대부분의 러너들이 ‘벽’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이때 참가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다. 다리는 납처럼 무겁고, 호흡은 거칠어지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라톤의 역설은 바로 이때 시작된다. 육체는 멈추라고 아우성치지만, 정신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속삭인다. 이런 순간에도 테크닉은 있다. 보폭을 짧게 하고, 상체를 살짝 앞으로 기울이는 것. 마치 인생의 고비를 만났을 때 우리가 취하는 자세와 비슷하다.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되, 결코 멈추지 않는 것.

날씨는 또 하나의 변수다. 가을 춘천의 기온은 0도에서 13도 사이를 오간다. 어떤 날씨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하루하루처럼. 한 러너는 이렇게 말했다. “영하로 떨어진 날 뛰었을 때는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얼어붙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죠.”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적절한 의류, 충분한 수면, 그리고 에너지 보충을 위한 계획까지. 마라톤은 즉흥의 스포츠가 아니다. 마치 잘 쓰인 소설처럼, 모든 것이 계산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어려움이 춘천마라톤을 특별하게 만든다. ‘러너의 마라톤’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이 코스를 완주한다는 것은 단순한 체력의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며,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다. 어떤 러너는 이렇게 말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나는 달리기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수만 번의 발걸음 끝에 만나는 의암호의 석양은 그래서 특별하다. 당신은 그때 알게 된다. 왜 사람들이 이 고통스러운 여정을 자처하는지. 그것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순례이기 때문이다.

내일, 수천 명의 러너들이 공지천교에 모일 것이다. 어떤 이는 처음으로 풀코스에 도전하고, 어떤 이는 자신의 기록을 갱신하려 할 것이다. 젊은이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고, 중년의 러너들은 잃어버린 청춘을 찾아 달릴 것이다. 그들 모두에게 이 대회는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마라톤은 결국 삶을 닮았다. 정해진 코스가 있고, 예상치 못한 고난이 있으며,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이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조금 더 단단해진다. 때로는 완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하나의 경험이 되어 우리를 성장시킨다.
내일의 러너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이 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당신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그리고 그 이야기는,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이 아닌,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다고.

이른 아침 안개 속에서, 수천 개의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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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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