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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벽 현상’, 30km 이후 찾아오는 보이지 않는 적(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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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에서 가장 힘든 구간은 대체로 32~37km로 알려져 있다. 이 구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러너들에게 극복해야 할 큰 도전으로 다가온다.

마라톤에서 32~37km 구간이 특히 힘든 이유는 ‘벽(The Wall, Hit the Wall)’이라고 불리는 현상 때문이다. 벽 현상은 크게 신체적, 심리적 두 측면에서 러너를 공격한다. 이 시점에서는 체력, 정신력, 그리고 신체적 고통이 극한에 달해 많은 주자들이 큰 장애물에 직면하게 된다.

첫째, 글리코겐 고갈이다. 마라톤 주행 중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며, 대부분의 러너는 30km 지점을 넘어서면서 글리코겐이 거의 고갈된다. 이 상황에서 신체는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지방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은 글리코겐보다 더 오래 걸리고 비효율적이다. 이로 인해 피로감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둘째, 정신적인 도전이다. 32~37km 구간은 이미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에서 결승선에 가까워지는 구간이지만, 아직도 상당한 거리가 남아 있다. 이는 러너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안겨주며, ‘정말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게 만드는 구간이다. 이로 인해 많은 러너들이 정신적으로 크게 흔들리게 된다.

셋째, 신체적인 통증이다. 이 시점에서 근육 피로와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어 다리의 통증과 무거움이 극에 달한다. 반복적인 충격으로 무릎, 발목, 고관절 등이 무리를 겪으며, 이는 심리적 부담감과 맞물려 더욱 큰 도전이 된다.

또한, 에너지 전환의 어려움도 있다. 글리코겐 고갈 이후 신체는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려 하지만, 지방의 산화 과정은 글리코겐보다 느리며 더 많은 산소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러너는 속도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호흡도 가빠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요소들이 결합되어 32~37km 구간은 마라톤 중 가장 힘든 구간으로 평가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장거리 훈련을 통해 글리코겐 저장 능력을 높이고, 적절한 에너지 섭취 전략을 수립해 ‘벽’을 효과적으로 넘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32~37km 구간에서는 체력이 고갈되기 시작해 근육 피로와 에너지 고갈이 심화되며 페이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결승선이 가까워지는 듯하지만 아직 5~10km가 남아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운 구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어려움은 엘리트 선수들조차 겪으며, 황영조, 이봉주와 같은 대표 마라토너들도 이 구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이 구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벽 현상을 뚫는 세 가지 전략이 도움이 된다. 첫째는 사전 예방이다. 충분한 트레이닝과 함께 탄수화물 로딩으로 체내 글리코겐을 비축해야 한다. 둘째는 레이스 중 적절한 대처이다. 규칙적인 수분과 에너지젤 섭취가 필수적이다. 셋째는 정신력 강화이다. 작은 목표를 설정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구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경험 많은 마라토너들은 ‘조금만 더 가면 물이 있다’, ‘이제 곧 결승선이다’와 같은 단순하고 원초적인 생각에 집중한다고 한다. 또한, 초반부터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체력을 고려한 안정적인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강한 의지력이 이 구간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테랑 러너들은 “벽 현상은 피할 수 없지만, 관리할 수는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러너들이 첫 마라톤에서는 벽을 만나 고전하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이를 더 잘 극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라톤은 42.195km의 거리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30km 이후 찾아오는 자신과의 싸움입니다.”라는 한 베테랑 러너의 말처럼, 벽 현상 극복은 마라톤 완주의 핵심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마라톤은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니라 정신력의 싸움이기도 하다. 32~37km 구간을 성공적으로 극복한다면, 완주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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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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