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이 기억난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의 시작이 삶을 바꾸어놓았다.
매일 러닝화 끈을 맬 때마다 설렌다. 30분쯤 달리고 나면 찾아오는 특별한 감각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runner’s high’라는 단어로만 알고 있던 이 현상이, 실제로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리기가 현대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최적의 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들을 통해 달리기의 과학적 효과가 잇따라 입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러닝 붐’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의학저널 ‘The Lancet’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인 달리기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27%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 3회, 회당 30분 이상의 달리기를 실천하는 그룹에서 가장 높은 효과가 관찰됐다.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의 최신 연구 결과는 달리기의 신경생리학적 효과를 밝혔다. 30분 이상 지속적인 달리기 운동은 뇌에서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엔도르핀은 흔히 ‘행복호르몬’으로 불리는 물질로, 천연 진통 효과와 함께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미국스포츠의학회지(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는 10년간의 장기 추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주 3회, 회당 30분 이상 달리기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우울증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45%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달리기가 항우울제와 유사한 신경화학적 변화를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독일 뮌헨대학교의 연구팀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12주간의 러닝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의 증상이 평균 32% 감소했으며, 이러한 효과는 프로그램 종료 6개월 후까지 지속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도쿄대학교 신경과학연구소의 최신 연구는 달리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fMRI를 통해 분석했다. 연구 결과, 달리기 중인 사람의 뇌파가 깊은 명상 상태와 유사한 패턴을 보이며, 특히 전두엽의 활성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 시드니대학교의 연구진은 달리기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50세 이상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에서, 정기적으로 달리기를 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23% 더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달리기가 세포 수준에서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텔로미어 길이 분석을 통해, 규칙적인 달리기가 세포 노화를 평균 7년 늦추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글로벌 러닝 트렌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경우 팬데믹 이후 러닝 인구가 34% 증가했으며, 유럽에서는 ‘파크런’ 같은 커뮤니티 러닝 프로그램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영국에서는 매주 토요일 전국 2,000여 개 공원에서 5km 무료 러닝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들도 달리기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사내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직원들의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가 향상되는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특히 나이키의 경우, 러닝 트랙이 있는 사무실을 설계해 ‘워킹 미팅’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서는 달리기를 ’21세기 최적의 운동’으로 평가했다. 접근성이 높고, 특별한 장비나 비용이 필요 없으며, 과학적으로 입증된 효과를 가진 달리기는 현대인의 건강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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