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함께 달리는 것의 의미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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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 청미래

미우라 시온의 소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단순한 청춘 스포츠 소설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인생 이야기다. 이 작품은 10명의 개성 넘치는 청년들이 하코네 역전 마라톤에 도전하는 과정을 그리며, 우리 사회와 인생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소설의 중심에는 두 인물이 있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듯한 천부적 재능을 가졌지만, 자기표현과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한 가케루와, 부상으로 달리지 못하는 괴로움을 겪었지만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하이지다. 이들의 우연한 만남은 두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달리는 게 좋아?” 하이지의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모두에게 던져지는 질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과연 그 ‘달리기’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만화 덕후, 아프리카 유학생, 사법고시 패스생, 퀴즈 프로그램 마니아 등, 이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이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점차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닮아있다.

달리기는 흔히 인생에 비유된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러너는 혼자서 묵묵히 길 위를 달리게 된다. 숨이 차오르고 힘들며, 때로는 고독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하지만 달리기는 계속된다.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미 달려온 시간이 아깝고 앞으로 달리게 될 거리가 궁금해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이는 우리의 인생과 얼마나 닮아있는가. 인생 역시 힘들고 외로운 일의 연속이다. 물론 즐겁고 행복한 순간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고난과 고독의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 걸까?”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이미 지나온 시간들이 있고, 앞으로 펼쳐질 미지의 삶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한다. 달리기를 통해 체력이 늘어나듯, 삶의 고난을 통해 우리의 내면은 단단해진다.

작품의 중심 소재인 하코네 역전 마라톤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닌, 인생의 은유로 기능한다. 10명의 주자들이 펼치는 역전 드라마는 개인의 성장과 집단의 연대를 동시에 그려내며, 현대인의 고독과 소통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달릴 때는 철저히 혼자지만, 다음 주자에게 어깨 끈을 넘겨주는 순간 우리는 ‘함께’의 의미를 깨닫는다. 이는 우리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미우라 시온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리고 그 길을 함께 뛰어갈 동료는 있는가?

극심한 경쟁 속에서 우리는 종종 ‘함께’의 가치를 잊곤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보여주듯, 진정한 승리는 혼자가 아닌 함께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다시 한 번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겨 볼 때다.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함께 뛰는 이들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법을 배운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우리는 혼자 달리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작품이 제시하는 ‘달리기의 철학’이다. “달리는 게 좋아?”라는 소설 속 질문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의 방향성과 의미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이는 하이데거의 ‘세계-내-존재’ 개념을 연상시키는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그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고 있다. 10명의 주자들의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되는 서사는 라시드 부제드라의 ‘1110번째 밤’을 연상시키는 복잡성과 다층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미우라 시온은 단일한 진실이 아닌,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현실의 복잡성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본 작품은 현대 사회의 축소판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물들의 군상은 현대 일본의 세대 간 갈등, 직업관의 변화,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충돌 등 복잡한 사회적 이슈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는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따뜻한 위로를 전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각자의 달리기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목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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