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경제학: 달리는 사람들이 만드는 도시의 풍경”
“마라톤이 도시를 바꾸는 방식”
달리기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운동이다. 수렵 시대부터 우리는 달렸고, 그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달리기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특히 마라톤은 이제 도시의 새로운 경제 동력이 되었다. 나는 이 흥미로운 현상을 살펴보려 한다.
뉴욕 시티 마라톤을 보자. 2024년 11월,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뉴욕의 거리를 달렸다. 그들은 참가비로 수백 달러를 지불했고, 호텔에 묵었으며,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200만 명의 구경꾼들은 거리에서 환호했고, 카페에 들러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해서 하루 동안 4억 2,700만 달러의 돈이 움직였다. 한화로 약 5,900억 원이다. 작은 나라의 연간 예산과 맞먹는 돈이 단 하루 동안 도시를 순환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JTBC 서울마라톤에는 3만 7천 명이 참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해외 참가자가 전년보다 4배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비행기를 타고 와서 호텔에 묵고, 한국 음식을 먹고, 쇼핑을 했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고심하는 지자체들에게 마라톤은 하나의 해답이 되고 있다.
춘천마라톤은 150억 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경주벚꽃마라톤은 90억 원, 동아마라톤은 12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숫자들을 보면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도시의 경제를 움직이는 하나의 엔진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마라톤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의 다양성이다. 호텔과 식당의 매출 증가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러닝화와 운동복을 만드는 스포츠 용품 업체들의 매출이 늘어난다. 피트니스 센터는 마라톤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건강식품 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을 발견한다.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가치다.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한다. 보스턴이나 베를린처럼 ‘마라톤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그 자체로 무형의 자산이 된다. 대회를 운영하기 위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자원봉사자들은 사회적 자본을 형성한다.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세계은행의 분석가들은 글로벌 마라톤 시장이 2025년까지 매년 7.8%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전 세계 GDP 성장률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왜 마라톤은 이토록 강력한 경제적 동력이 되었을까? 그것은 마라톤이 현대인의 욕망을 정확히 포착했기 때문이다. 건강에 대한 열망, 성취감에 대한 갈증,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 마라톤은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충족시킨다. 그리고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더욱이 마라톤은 디지털 시대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러닝 앱으로 기록을 측정하고, SNS로 성과를 공유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이런 디지털 요소들은 마라톤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ESG 시대의 가치와도 부합한다. 마라톤은 환경 친화적이며, 사회 통합적이고, 건전한 거버넌스를 필요로 한다. 기업들은 마라톤 후원을 통해 자연스럽게 ESG 경영을 실천할 수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들이 만들어낸 경제적 파급효과는 1,0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적절한 투자와 전략적 접근이 더해진다면, 마라톤은 더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작은 도시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군산의 철인마라톤은 70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고, 울산마라톤은 60억 원 이상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여수해양마라톤은 비교적 작은 규모임에도 10억 원 이상의 지역 경제 매출을 창출했다.
이제 마라톤은 더 이상 ‘취미’나 ‘운동’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것은 도시를 변화시키는 동력이며,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이다. 달리기라는 단순한 행위가 만들어내는 이 놀라운 경제적 가치. 그것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경제 방정식이다.
마라톤은 돈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의 진술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중요한 경제적 통찰이다. 그리고 이 통찰은 앞으로 더 많은 도시와 기업, 그리고 개인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댓글 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