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러닝, 변방에서 일상의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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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1965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447명의 남성만이 달렸던 그 길을, 이제는 매년 수백만 명이 달린다. 달리기는 더 이상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는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달린다. 그들은 자신을 ‘러너’라고 부른다.

변화는 1970년대에 시작됐다. 의사들이 건강을 위해 조깅을 권장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체중 감량을 위해 달렸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블루리본 스포츠라는 작은 회사가 러닝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나중에 나이키가 되었다. 스티브 프레폰테인과 조안 베누아 같은 최초의 러닝 스타들이 등장했다. 달리기는 서서히 멋있는 것이 되어갔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여성들이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다. 1961년만 해도 미국 아마추어 육상연맹은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여성의 로드 레이스 출전을 금지했다. 로버타 깁과 캐서린 스위처 같은 선구자들이 보스턴 마라톤에 도전했고, 1972년에야 여성들은 공식적으로 로드 레이스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마저도 성별에 따른 출발 구역을 분리했다. 여성들은 이에 항의하며 뉴욕 마라톤 출발선에서 시위를 벌였다.

달리기에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있었다. 여성을 위한 러닝화도, 스포츠브라도 없었다. 리사 린달과 폴리 스미스는 1977년 남성용 조크스트랩 두 개를 이어 붙여 최초의 조그브라를 만들었다. 이듬해 나이키가 여성용 러닝화를 출시했다. 1980년이 되어서야 미국 스포츠 의학 대학은 “여성의 장거리 달리기가 해롭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선언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났다. 이제 러닝은 14억 달러 규모의 거대 산업이 되었다. 매년 3만 개가 넘는 러닝 이벤트가 열린다. 1마일 스프린트부터 100마일이 넘는 울트라 마라톤까지, 모든 종류의 레이스가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1,700만 명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는 1990년의 3배가 넘는 숫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성의 비율이다. 1990년 25%에 불과했던 여성 참가자는 2017년 60%까지 증가했다.

러닝은 이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사람들은 달리면서 셀카를 찍고, 스트라바에 기록을 올리고, 트위터에 스플릿 타임을 공유한다. 고독한 스포츠였던 달리기가 소셜 미디어를 만나 연결된 경험이 되었다. MIT의 한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 상에서 친구가 10분을 더 뛰면 우리도 3분을 더 뛴다. 달리기는 전염된다.

러닝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은 포용성이다. 한때 엘리트주의적이었던 이 스포츠는 이제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 되었다. 체형, 인종, 능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러너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달리기는 자신의 몸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다. 큰 다리는 더 이상 콤플렉스가 아니라 힘의 상징이 되었다. 흔들리는 살은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몸의 일부가 되었다.

달리기는 또한 관대함을 만들어냈다. 매년 약 5천만 달러가 러닝을 통해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러너들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 다른 이들을 돕는다. 소외된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이 생겼고, 암 환자를 돕기 위한 기금이 마련되었다.

이제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정체성이다. 사람들은 ‘조깅을 한다’고 하지 않고 ‘러너’라고 한다. 작업복 안에 컴프레션 양말을 신고, 점심시간에 러닝화를 신는다. 주말이면 러닝 크루와 만나 도시를 달린다. 그들에게 달리기는 삶의 방식이 되었다.

본머스 대학교의 리처드 쉽웨이는 이를 “러닝 정체성의 개발과 확인, 그리고 이를 통한 사회적 성취”라고 부른다.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은 특정 그룹에 소속감을 느끼고, 같은 관점을 공유하며, 공통의 이해를 발전시킨다. 그들은 서로를 이해한다. 금요일 밤 최고의 해피아워가 술집이 아니라 달리기라는 것을, 삶을 이해하기 위해 엔도르핀이 필요하다는 것을.

변방의 스포츠였던 달리기는 이제 우리 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것은 더 이상 특별한 사람들의 특별한 활동이 아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되었다. 그들은 달리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다른 이들과 연결되며,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나간다. 러닝화 한 켤레로 시작된 이 조용한 혁명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러닝마라톤문화역사
  • 조상래

    달리기에 빠진 러너 pacemaker@runtal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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