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마라톤 대회 결승선. 참가자들은 환희 혹은 지친 얼굴로 도착했고, 곧 응원단이 건넨 맥주를 받았다. 이 모습은 대회에서 낯설지 않다. 완주의 기쁨을 맥주로 나누는 ‘골인 지점 축배’는 세계 각지의 달리기 행사에서 흔한 풍경이다.
런던 마라톤 조직위원회의 2023년 통계에 따르면, 참가자의 54%가 레이스 후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마라톤의 경우 이 비율은 47%로 집계됐다. 이처럼 완주 후 음주는 러너들 사이에서 하나의 의식처럼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의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떨까?
UCLA 스포츠의학센터의 자료에 의하면, 완주 직후 음주가 꼭 위험한 것은 아니다. 다만, 타이밍과 양이 중요하다. 연구 결과는 단순했다. 레이스 직후 2시간 이내의 음주는 근육 회복을 12% 지연시켰다. 심박수는 쉽게 안정되지 않았고, 수분 균형 회복에는 2-3시간이 추가로 소요되었으며, 전반적인 피로 회복이 15% 더디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국제마라톤의학회는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주요 내용은 레이스 후 최소 3-4시간 동안 수분 보충에 집중할 것, 첫 음주는 소량부터 시작할 것, 알코올 섭취 시 반드시 물을 함께 섭취할 것,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섭취할 것 등이다.
“축배 자체를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단, 기본 수칙은 지켜야죠.” 보스턴 마라톤 의무팀장 마이클 존슨 박사의 말이다.
뉴욕마라톤 의무담당관 사라 리 박사는 덧붙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아는 겁니다. 적절한 음주는 오히려 성취감을 공유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해요. 하지만 시점과 양, 그 두 가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죠.”
2023년 베를린 마라톤 우승자 티게스트 아쎄파는 이렇게 말한다. “경기 이틀 전부터는 커피 한 잔도 조심해야 해요.” 에밀리 시손도 마찬가지다. “완주 후 와인 한 잔을 즐길 수는 있지만, 충분히 휴식한 후에야 가능해요. 그전까지는 오직 수분과 전해질 보충에 집중하죠.”
세바스찬 코, 세계육상연맹 의무위원장 역시 이 점에 동의한다. “엘리트 선수들은 음주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러너들에게 같은 기준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죠. 엘리트 선수는 경기력 유지를 위해 철저히 관리해야겠지만, 아마추어 러너들은 무엇보다도 즐기는 것이 우선이니까요. 중요한 건 적절한 타이밍과 양을 아는 것입니다.”
에티오피아 국가대표 코치 메세렛 데파는 전통을 지켜왔다. “우리 선수들은 레이스 후 72시간 동안은 어떤 알코올도 섭취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원칙입니다.” 크리스 베일리 박사도 강조한다. “일반 러너들이 적정량의 맥주를 마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하지만 탈수 상태에선 취기가 쉽게 오를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무조건적인 금지가 아닌, 신중하고 적절한 접근. 타이밍과 양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성취의 기쁨을 온전히 나누는 최선의 방법이다.
댓글 쓰기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