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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전과 고통, 그리고 희망”…마라톤이 만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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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라톤은 단순한 레이스가 아닌, 우리 사회의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었습니다.”

이제 마라톤은 단순한 레이스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됐다. 지난 11월 3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새벽부터 수많은 러너들이 모여들었다. 총 3만7천 명의 러너들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이 도전에 참여하며 한국 마라톤의 새로운 장을 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들 중 20-30대 젊은 세대의 비율은 전체의 66%를 차지했다. 이는 과거의 40-50대 중심 마라톤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었다. 마라톤은 이제 젊은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도전이자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

현장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통합 레이스가 펼쳐졌다. 경기 중에는 유모차를 끌며 달리는 부모 러너들도 볼 수 있었으며, 가족이 함께하는 모습은 마라톤이 진정한 ‘모두의 축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더불어, 대회 곳곳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른 새벽부터 집결지에서 물품을 보관하고 물과 스펀지를 나눠주는 서포터즈들의 자발적인 역할은 대회 진행의 원동력이 되었다.

대회의 마지막, 올림픽공원 결승점에는 각양각색의 러닝크루 깃발이 가을바람에 나부꼈다. 깃발 아래에서 만난 러너들은 완주 후 서로를 환영하며 환호했고, 포옹과 격려가 이어졌다. 혼자가 아닌 함께 달린다는 즐거움은 그들의 얼굴에 선명히 드러나 있었다. 이곳은 더 이상 기록을 목표로 한 개인적인 경쟁의 장이 아닌, 서로의 도전과 성취를 나누는 진정한 ‘축제’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모든 도전에는 위험이 따르는 법이다.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한계를 맞이한 러너들이 쓰러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그러나 대회 의료진이 빠르게 달려가 응급 조치를 시행한 덕분에 큰 사고 없이 대회는 마무리될 수 있었다. 이는 마라톤이 단순한 도전이 아니라, 안전과 배려가 함께하는 공동체임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MZ세대의 참여가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기존의 마라톤 문화를 새롭게 재정의했다. 이 흐름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마찬가지다. LA 마라톤 등 해외 주요 대회에서도 젊은 층의 참여가 급증하며, 마라톤이 점차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또한, 이번 대회에는 페달 없는 특수 프레임을 이용해 달린 뇌병변 장애인 러너들과 이들과 함께한 LG전자 임직원들의 ‘프레임 러닝’이 큰 주목을 받았다. 경주용 휠체어 부문 역시 성공적으로 운영되었으며, 부모와 함께 유모차를 끌며 달린 가족 러너들의 모습은 마라톤이야말로 사회 통합의 장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LG전자는 단순히 후원사로 머물지 않고, 임직원들이 직접 장애인 러너들과 함께 훈련하고 레이스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인 사회 공헌 활동을 펼쳤다.

국내부 우승을 차지한 박민호(코오롱)

경기 결과도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남자 국제부에서는 발루 이후니 데르셰(에티오피아)가 2시간 7분 37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 길버트 케벳(케냐, 2시간 8분 6초), 3위 스탠리 키프로티치베트(케냐, 2시간 8분 17초)와의 접전 끝에 거둔 값진 승리였다.

국내부에서는 박민호(코오롱)가 2시간 13분 6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김홍록이 세운 2시간 14분 20초를 넘어서는 2024년 한국 마라톤 최고 기록이다. 한승현(충남도청, 2시간 18분 55초)과 나현영(국민체육진흥공단, 2시간 18분 58초)이 그 뒤를 이었다.

여자부에서는 최정윤(K-water)이 2시간 31분 55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임예진(충주시청, 2시간 32분 4초)이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올랐고, 한국 기록(2시간 25분 41초) 보유자 김도연(삼성전자)이 2시간 38분 46초로 3위를 기록했다.

한 러닝크루 회원은 “마라톤은 인생과 같습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죠”라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 있던 3만7천 명의 러너들은 각자의 도전을 완성했고,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모습에서 마라톤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만들어낸 발걸음은 단순히 도로 위의 흔적이 아닌,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가을 하늘 아래, 서울의 거리를 수놓은 3만7천 명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희망찬 메시지를 남겼다. 세대와 계층, 장애의 경계를 넘어 하나가 된 이들의 도전은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사회적 통합과 소통의 장으로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날의 열정과 감동을 담은 현장의 모습들을 100장의 이미지로 만나보자. 각 이미지에는 그 순간의 분위기와 러너들의 표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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