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에서 불고 있는 러닝 붐…중장년의 건강 관리에서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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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러닝 붐이 급격히 일어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유행을 넘어, 우리 사회의 건강과 문화에 변화를 가져오는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러닝이 원래는 MZ세대보다는 중장년층에게 친숙한 운동이었다는 점이다. 러닝은 한때는 건강 유지와 체력 관리를 위해 중장년층이 주로 선택하는 운동으로 여겨졌다. 중장년층에게 러닝은 비교적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으로, 바쁜 일상 중에도 체력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팬데믹은 사람들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고, 실내에서의 운동이 제한되면서 자연스럽게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러닝은 손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그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헬스장이나 실내 운동 시설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인 러닝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이 2022년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 동안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는 비율이 전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고, 러닝이 그중 가장 인기 있는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러닝은 MZ세대에게 새로운 형태의 ‘헬시 플레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MZ세대는 단순히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즐기고 공유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SNS에 ‘#러닝’ 태그가 붙은 게시물은 2024년 현재 400만 개를 넘어섰으며, 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러닝이 단순한 운동을 넘어선 하나의 문화적 표현 수단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러닝은 이들 사이에서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땀에 젖은 러닝복과 거칠어진 숨소리를 그대로 담은 사진은 단순한 인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도전과 성취를 자랑하는 동시에,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MZ세대의 유입으로 러닝이 이렇게 빠르게 확산된 배경에는 경제성과 접근성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러닝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운동이다. 비싼 헬스장 회원권이나 복잡한 장비 없이도 당장 뛰어오를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운동 관련 소비 지출에서 러닝과 관련된 비용은 여타 운동에 비해 25% 정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이 저렴한 운동 형태로 러닝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러닝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지 할 수 있어, 바쁜 일상을 보내는 MZ세대에게도 적합한 운동으로 각광받게 되었다.

러닝의 대중화에는 기술의 발전 또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와 러닝 앱의 발달은 개인 맞춤형 훈련을 가능하게 만들어 러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스마트워치와 러닝 앱을 통해 운동 중의 심박수, 페이스, 칼로리 소모량 등을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러너들에게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도전을 제공한다. 삼성전자에서 2023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는 러너들의 만족도는 비사용자에 비해 30% 이상 높았으며, 이들은 개인화된 피드백과 목표 설정 기능 덕분에 러닝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러닝 붐은 커뮤니티 문화의 확산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과거 중장년층이 혼자서 건강을 위해 뛰었다면, MZ세대는 서로 연결되고 격려하며 함께하는 러닝 문화를 만들어냈다. 네이버 밴드에서 ‘러닝 및 걷기’ 관련 모임이 2021년 이후로 77% 증가한 것은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의 증가세를 잘 보여준다. ‘러닝 크루’ 문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러닝을 즐기려는 젊은 세대의 성향을 반영하며 러닝을 하나의 사회적 활동으로 만들었다.

러닝 붐은 패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닝화는 단순한 운동화를 넘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으며, 나이키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의 러닝화는 두 배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러한 ‘러닝코어’ 패션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며, 러닝복이 일상복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런칭 한 달 만에 품절 사태를 맞은 뉴발란스의 러닝화와 같은 사례는 러닝이 패션으로서의 가치도 가지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금융 시장에서도 러닝 붐의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러닝화와 관련된 브랜드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으며, 시장 점유율도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러닝화 전문 브랜드인 온러닝(ON)의 주가는 팬데믹 이후 매년 20% 이상 상승했으며, 이는 러닝 붐이 단순한 운동 트렌드를 넘어 거대한 경제적 파급력을 가진 현상임을 보여준다.

이와 함께, 러닝 문화의 성숙을 위해 개선해야 할 문제점들도 존재한다. ‘대리 출전’과 ‘마라톤 뻐꾸기’와 같은 문제는 러닝 대회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대회의 공정성과 안전을 해치고 있다. 한국마라톤연맹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주요 마라톤 대회에서 대리 출전이 5% 이상 발생했으며, 이는 대회 관리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회 주최 측의 철저한 관리와 참가자들의 윤리 의식 제고가 필수적이다.

러닝 중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마라톤 대회 중 버려지는 일회용품과 음료 용기는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2023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약 20톤의 쓰레기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되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분리되지 않은 일회용품이었다.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재활용 시설 확충 등 친환경적인 대회 운영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러닝 붐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와 MZ세대의 문화적 코드가 결합되어 이루어진 결과다. 원래는 중장년층의 운동으로 시작된 러닝이 이제는 MZ세대의 유입과 함께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으며 더욱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러닝은 단순히 운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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